시집 추천/인생 시

좋은 시 추천 - 별에게 묻다/성탄제

코스모스피다 2023. 6. 14. 10:00

 

 

 

신경림 시인의 「처음처럼」 시집 속 "별에게 묻다, 성탄제"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좋은 시
좋은 시

 

 

 

 마음에 담고 싶은 좋은 시 

 

별에게 묻다

     - 고두현

 

천왕성에선

평생 낮과 밤을

한 번밖에 못 본다

마흔 두 해 동안 빛이 계속되고

마흔 두 해 동안은 또

어둠이 계속된다

그곳에선 하루가

일생이다

 

남해 금산 보리암

절벽에 빗금 치며 꽂히는 별빛

좌선대 등뼈 끝으로

새까만 숯막 타고 또 타서

생애 단 한 번 피고 지는

대꽃 틔울 때까지

너를 기다리며

그립다 그립다

 

밤새 쓴 편지를 부치고

돌아오는 아침

우체국에서 여기까지

길은 얼마나

먼가.

- p30~p31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롭게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p66~p67

 

 

 

 

 

 

함께 보면 좋은 글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이해인 엄마

 

시집 추천 - 이해인 엄마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엄마」를 소개합니다. 시를 읽으며 마음속에 남아 있는 엄마에 대한 사랑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제목 : 엄마 저자 : 이해인 출판사 : 샘터사 마음에 담고 싶은 좋은 시

cosmos72.tistory.com

그리운 것에는 이유가 있다

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원태연 사랑의 진리

꽃과 바람 - 명상 글/오늘의 시 (35)

 

 


 

  시를 읽고 나서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아버지는 늘 커다란 존재였는데 지금 돌아보면 나도 그 시절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덜 자란 어린아이 같은데... 아버지도 그때 나처럼 이런 마음이었을까? 마음속에 저장된 아버지의 기억은 마음이 지칠 때면 언제나 나를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하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