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의 「처음처럼」 시집 속 "별에게 묻다, 성탄제"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좋은 시
별에게 묻다
- 고두현
천왕성에선
평생 낮과 밤을
한 번밖에 못 본다
마흔 두 해 동안 빛이 계속되고
마흔 두 해 동안은 또
어둠이 계속된다
그곳에선 하루가
일생이다
남해 금산 보리암
절벽에 빗금 치며 꽂히는 별빛
좌선대 등뼈 끝으로
새까만 숯막 타고 또 타서
생애 단 한 번 피고 지는
대꽃 틔울 때까지
너를 기다리며
그립다 그립다
밤새 쓴 편지를 부치고
돌아오는 아침
우체국에서 여기까지
길은 얼마나
먼가.
- p30~p31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롭게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p66~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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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아버지는 늘 커다란 존재였는데 지금 돌아보면 나도 그 시절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덜 자란 어린아이 같은데... 아버지도 그때 나처럼 이런 마음이었을까? 마음속에 저장된 아버지의 기억은 마음이 지칠 때면 언제나 나를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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