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작은 기쁨」 중에서 "작은 소망, 사랑의 사계절, 꽃밭에서, 사랑의 의무"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사랑의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작은 소망
내가 죽기 전 한 톨의 소금 같은 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힘들 때 잠시 웃음을 찾는
작은 위로는 될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여
맛있는 소금 한 톨 찾는 중이네.
- p17
사랑의 사계절
봄에는
연둣빛 새싹을 닮은
쉼표의 설렘으로
여름에는
소나기를 닮은
감탄사의 열정으로
가을에는
산바람을 닮은
말없음표의 감동으로
겨울에는
하얀 눈을 닮은
물음표의 기도로······
사랑은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계절로
상징적인 암호로
나를 행복하게 하네.
- p65
꽃밭에서
내가
예쁜 생각 한 번씩 할 적마다
예쁜 꽃잎이
하나씩 돋아난다지
내가
고운 말 한 번씩 할 적마다
고운 잎사귀가
하나씩 돋아난다고
꽃나무들이
나를 보고
환히 웃어
나도 꽃이 되기로 했지
나도 잎이 되기로 했지.
- p71
사랑의 의무
내가 가장 많이
사랑하는 당신이
가장 많이
나를 아프게 하네요
보이지 않게
서로 어긋나 고통스런
몸 안의 뼈들처럼
우린 왜 이리
다르게 어긋나는지
그래도
맞추도록
애를 써야죠
당신을 사랑해야죠
나의 그리움은
깨어진 항아리
물을 담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엎디어 웁니다
너무 오래되니
편안해서 어긋나는 사랑
다시 맞추려는 노력은
언제나
아름다운 의무입니다
내 속마음 몰라주는
당신을 원망하며
미워하다가도
문득 당신이 보고 싶네요.
- p118~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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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마음에 깊이 남는 시 한 줄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삶을 바라보는 눈을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시 한 줄이 백 마디 말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너무 오래되니 편안해서 어긋나는 사랑 다시 맞추려는 노력은 언제나 아름다운 의무입니다. 내 속마음 몰라주는 당신을 원망하며 미워하다가도 문득 당신이 보고 싶네요"
오래된 관계일수록 편안해서 배려가 부족하기 쉽다. 그리고 어긋나는 것이 있더라도 이해하겠지 하면서 그냥 넘기기도 쉽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오해가 커질 수도 있다. 노력하는 게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시인의 말처럼 아름다운 의무라고 생각하고 맞춰나갈 때 오래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오래도록 옆에 있는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사람 아닐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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