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시인의 시집 「눈사람 여관」속 "북강변, 전부"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북강변
나는 가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길을 잃고
청춘으로 돌아가자고 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한밤중의 이 나비 떼는
남쪽에서 온 무리겠지만
서둘러 수면으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이해하자 하였습니다
당신 마당에서 자꾸 감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팔월의 비를 맞느라 할 말이 많은 감이었을 겁니다
할 수 있는 대로 감을 따서 한쪽에 쌓아두었더니
나무의 키가 훌쩍 높아졌다며
팽팽하게 당신이 웃었습니다
길은 막히고
당신을 사랑한 지 이틀째입니다.
- p51
전부
이 기차는 어디로 향하는
기차입니까 라고 묻고 싶은데
이 나라 말을 알지를 못합니다
이 기차가
어질어질한 속도로 당신을 데려가
어디에 내려놓을지를 알고 싶은데
물음은 물컹 내 귀에 도로 닿습니다
당신의 시간의 옆모습을 바라봐도 되겠다고
믿고 싶어서
발목은 춥지 않습니다
지도 위에 손가락을 올려 묻고도 싶은 겁니다
우리가 아프게 통과하고 있는 지금은 어디입니까
우리의 막다른 증거는 쟁쟁합니까
안녕이라는 이 나라 말만 알아서
그 말이 전부이기도 하여서
멀거니 내 아래에다 인사만 합니다
기차 밖으로 번지는 유난한 어둠이
마음에 닿으려 합니다
큰일입니다
소홀한 마음이 자꾸 닿으려 합니다.
- p52~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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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우리가 아프게 통과하고 있는 지금은 어디입니까. 우리의 막다른 증거는 쟁쟁합니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 아프게 지나가고 있는 인생의 이 시간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조금은 어렵지만 어려워서 몇 번이나 더 읽어보게 되는 시이다.
가끔씩은 내 인생을 좀 떨어져서 남처럼 바라보면 어떨까?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보여지지 않을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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