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의 시집 「귀천」을 소개합니다. "귀천, 나무, 갈대, 강물, 주일, 구름"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귀천」
저자 : 천상병
출판사 : 답게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나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갈대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주일 1
오늘같이 맑은 가을 하늘 위
그 한층 더 위에 구름이 흐릅니다
성당 입구 바로 앞
저는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구 지키는 교통순경이
닦기 끝나면 저도 닦으려고요
교통순경의 그 마음가짐보다
저가 못한데서야 말이 아닙니다
오늘같이 맑은 가을 하늘 위
그 한층 더 위에 구름이 흐릅니다.
구름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구름은
지상을 살피러 온 천사님들의
휴식처가 아닐까
하느님을 도우는 천사님이시여
즐겁게 쉬고 가시고
잘되어 가더라고 말씀하소서
눈에 안 보이기에
우리가 함부로 할지 모르오니
널리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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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천상병 시인은 학생이던 시절 월간 잡지 「문예」에 그의 첫 작품 "강물"이 발표되었다. 1971년 고문의 깊은 후유증에 시달리며 술타령으로 나날을 떠돌던 어느 날 그는 실종된다. 이때 친구와 친척들은 여러 달 동안 백방으로 찾아보았지만 허사였다. 행려병자로 사망했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비통한 심정으로 그의 작품들을 모아 유고시집을 발간했다.
그는 거리에서 쓰러져 서울의 시립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그때 그는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시인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심한 자폐 증상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대학 때 친구의 여동생인 목순옥의 방문을 받은 뒤 그의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의사는 그녀에게 자주 찾아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고 목순옥은 오빠의 친구를 위해 매일 방문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1972년 천상병과 목순옥은 결혼을 하게 된다. 여러 차례의 죽음으로 점철된 것이 천상병의 생애라면 그의 삶은 또한 여러 겹의 다시 살아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난하고 불쌍한 시인이지만 나는 후회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 사랑이야말로 인생의 행복인 것이다. 나는 가난하고 슬퍼도 행복인 것이다."
천상병 시인의 시를 읽으면 순수한 어떤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성찰한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삶을 아름답게 사랑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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