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시집 속 문정희 시인의 "어머니의 편지,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아름다운 삶과 이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편지
고향에서 혼자 죽음을 바라보는 일흔여덟 어머니에게
- 문 정 희 -
하나만 사랑하시고
모두 버리세요
그 하나
그것은 생生이 아니라
약속이에요
모두가 혼자 가지만
한 곳으로 갑니다
그것은 즐거운 약속입니다. 어머니
조금 먼저 오신 어머니는
조금 먼저 그곳에 가시고
조금 나중 온 우리들은
조금 나중 그곳에 갑니다
약속도 없이 태어난 우리
약속 하나 지키며 가는 것
그것은 참으로 외롭지 않은 일입니다
어머니 울지 마셔요
어머니는 좋은 낙엽이었습니다.
어머니의 편지
- 문 정 희 -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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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시를 읽으며 딸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다.
"모두가 혼자 가지만 한 곳으로 갑니다. 그것은 즐거운 약속입니다. 어머니"
생과 사의 이별에 대해서 즐거운 약속이라고 한 표현은 죽음 또한 슬픔을 넘어선, 살면서 맞이할 아름다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슬픔도 그리움도 잘 이겨내고 나면 살아가는데 소중한 힘이 된다. 세상에서 겪는 일들을 잘 승화시키며 그것을 자신의 삶에서 반짝이는 선물로 받아들였던 어머니의 편지.
나도 오늘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반짝이며 살아야겠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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