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의 「다시 피는 꽃」 시집 속 시를 소개합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다시 피는 꽃,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다시 피는 꽃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시와 글
시를 읽고 나서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과거를 붙잡고 있으면 온전한 현재를 살 수가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들도 영원한 것은 없다. 붙잡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을 때 다시 새롭게 살 수가 있다.
그 어떤 좋은 것도 세월 따라 다 지나가버린다. 그 어떤 힘든 것도 세월따라 다 지나가버린다. 그러기에 너무 기뻐할 것도 너무 슬퍼할 것도 없다. 너무 기뻐하면 그 기쁨에 묶여 현재를 비교하게 되고 너무 슬퍼하면 그 슬픔에 묶여 현재를 바로 볼 수가 없다.
그 어떤 것도 세월따라 지나가버리기에 바람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감에 맡겨버리고 오늘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을 살자. 그것이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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