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 조병화 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공존의 이유, 추억, 고독하다는 것은"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리니 시를 읽으며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한국대표시인 101인선집 조병화」
저자 : 조병화
출판사 : 문학사상사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공존의 이유 12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 p72~p73
추억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 p49
고독하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 p68~p69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조병화 님의 공존의 이유는 학창 시절 즐겨 읽던 시다. 그때 읽었던 시의 느낌과 지금 읽는 느낌이 다른 이유는 아마도 세월 때문일 것이다. 세월은 삶에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자는 말은 쉽고도 어려운 말이다. 후회가 남지 않는 사랑은 많이 사랑하지 않음은 아니리라. 아마도 마음을 다해 사랑한 자가 후회도 적지 않을까. 사랑했지만 사랑의 집착은 내려놓고 서로에게 짐을 지우지 않는 사랑일 때 가능하지 않을까.
조병화 님의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 이로 하여금 인생의 깊이를 생각하게 한다. 많은 말과 설명보다 몇 줄의 시가 우리에게 귀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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