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일 시인의 시집 「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을 소개합니다. 시를 읽으며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제목 : 「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저자 : 손종일
출판사 : 도서출판 여울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93
오늘은 은행에 들러
동안에 저축해 둔 사랑을 모두 찾아
당신께로 가고 싶습니다
거리마다 눈부신 연두빛 세상만이 가득한
가로수의 머리 빛깔만큼
상큼한 내음으로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온통 햇살만이 가득한 거리를
병아리 빛 잠바를 입고
눈보다 더 흰 운동화에
물빛 바지를 입고 당신께로 가고 싶습니다
가슴에 품은 사랑을 꼭 끌어안고
당신 앞에서 세상에서 제일 환한 웃음으로
제 사랑을 풀어 당신께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제 앞에 남겨진 생에 대하여 아파하지 말고
당신 앞에선 항상 정직하게 다가가는
제 용기에 주춤해하지 말고
있는 힘을 다해 제 모든 것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싶습니다
오렌지 빛깔의 사랑을 찾아
많은 날 스스로의 참모습을 보지 못해
엉뚱한 곳만 배회하던 그때를
이제 와서 진실이 아니었다고
거짓 증언하게 되더라도
그땐 이미 소중한 건 다 떠나 버린 후라는 걸
한 번쯤은 가슴에 문신처럼 뚜렷이 박혀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은 날을 살아야 한다는 걸
당신 역시도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 p136~ p137
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2
당신께서 계시지 않는
빈 껍데기의 사랑 생활
차마 더 이상은
당신께 손 내밀 수 없는 염치뿐이고
저만치 떠밀려 있는 숨 가쁜 현실 속에 섞여
안타까움, 말로 다 하지 못하고
세월의 실타래만
고통으로 줄줄 풀고 있습니다
그렇게 당신께선
제 서툰 사랑이
바람임을 깨우치게 하셨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을
다 갖추진 못했어도
뜨겁게 배우고 익혀
당신께 쏟고 싶었습니다
제 모든 기억들은
스스로 하나씩 고통을 안고 쓰러졌어도
당신 하나만을 위해서라면
훌훌 털고 기쁘게 일어설 수 있음을
무거운 맹세로 제 가슴을 덮습니다.
- p13
죽어서도 내가 섬길 당신은 16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
더 절실히 당신이 보고 싶고
가을 하늘만 높을대로 높습니다
당신과의 사이에서
꼭히 무엇이든 이루어 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하늘을 보며
이 큰 그리움,
한 줄의 시로 눈물까지 대변하지만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웃던 들판은
하늘을 끌어안고
제 모습으로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당신이 그리운 날은
평생 동안
한 줄의 평행으로만 이어질 뿐
반비례 곡선처럼
세월과 그리움은
갈수록 꼬리를 감춤이 없이
평행만 걸을 것입니다
제 몸 10조 개의 세포 가운데
단 한 개의 에누리도 없이
당신을 위해 섬김을 달고
올올이 하루에 하나씩 뽑아 내
제 사랑을 오래도록 드리겠습니다.
- p30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오늘은 은행에 들러 동안에 저축해 둔 사랑을 모두 찾아 당신께로 가고 싶습니다. 거리마다 눈부신 연두빛 세상만이 가득한 가로수의 머리 빛깔만큼 상큼한 내음으로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온통 햇살만이 가득한 거리를 병아리 빛 잠바를 입고 눈보다 더 흰 운동화에 물빛 바지를 입고 당신께로 가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시에 흠뻑 묻어난다. 사랑은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아닐까. 그래서 우리에게 사랑은 아름답게 기억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하트 부탁드려요~♡
'시집 추천 > 사랑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시집 추천ㅣ이병률 시 - 얼굴 / 부산역 / 세상의 끝 (24) | 2021.12.04 |
---|---|
시집ㅣ김춘수 - 꽃/구름과 장미/또 하나 가을 저녁의 시 (37) | 2021.11.24 |
시집ㅣ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신현림 (48) | 2021.11.03 |
시집ㅣ나태주 시 - 그리움 / 내가 너를 / 별 / 꽃 (36) | 2021.10.31 |
시집ㅣ류해욱 신부님 - 묵향 - 그대 안에 사랑이 머물고 (26) | 2021.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