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의 「김춘수 시전집」 중에서 "꽃, 구름과 장미, 또 하나 가을 저녁의 시, 능금"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제목 : 「김춘수 시전집」
출판사 : 현대문학
저자 : 김춘수
마음에 담고 싶은 시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p178
구름과 장미
저마다 사람은 임을 가졌으나
임은
구름과 장미 되어 오는 것
눈 뜨면
물 위에 구름을 담아 보곤
밤엔 뜰 장미와
마주 앉아 울었노니
참으로 뉘가 보았으랴?
하염없는 날일수록
하늘은 하였지만
임은
구름과 장미되어 오는 것.
- p48
또 하나 가을 저녁의 시
부서져 흩어진 꿈을
한 가닥 한 가닥 주워 모으며
눈물에 어린 황금빛 진실을
한아름 안고
나에게로 온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듯이
넘쳐흐르는 이 정적을
고요히 흔들며
나에게로 온다
저 섧게 물든 전나무 가지 사이
가리마 같은 언덕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로 온다.
- p37
능금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2
이미 가 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물은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 그의 충실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3
놓칠 듯 놓칠 듯 숨 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며는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 p179~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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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남는 일은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무엇으로 남기 위해 사랑하고 이해하고 봉사하며 살아가는 거 같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듯이 넘쳐흐르는 이 정적을 고요히 흔들며 나에게로 온다."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요히 조용한 바람과 같이 가을은 왔다가 또 지나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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