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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ㅣ김춘수 - 꽃/구름과 장미/또 하나 가을 저녁의 시

코스모스피다 2021. 11. 24. 10:00

 

 

 

김춘수 시인의 「김춘수 시전집」 중에서 "꽃, 구름과 장미, 또 하나 가을 저녁의 시, 능금" 네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김춘수 시집 이미지
김춘수 꽃

 

 

 

제목 : 「김춘수 시전집」

출판사 : 현대문학

저자 : 김춘수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p178

 

 

 

 

 

 

구름과 장미

 

저마다 사람은 임을 가졌으나

임은

구름과 장미 되어 오는 것

 

눈 뜨면

물 위에 구름을 담아 보곤

밤엔 뜰 장미와

마주 앉아 울었노니

 

참으로 뉘가 보았으랴?

하염없는 날일수록

하늘은 하였지만

임은

구름과 장미되어 오는 것.

- p48

 

 

 

또 하나 가을 저녁의 시

 

부서져 흩어진 꿈을

한 가닥 한 가닥 주워 모으며

눈물에 어린 황금빛 진실을

한아름 안고

나에게로 온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듯이

넘쳐흐르는 이 정적을

고요히 흔들며

나에게로 온다

 

저 섧게 물든 전나무 가지 사이

가리마 같은 언덕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로 온다.

- p37

 

 

 

 

 

능금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2

 

이미 가 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물은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 그의 충실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3

 

놓칠 듯 놓칠 듯 숨 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며는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 p179~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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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고 나서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남는 일은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무엇으로 남기 위해 사랑하고 이해하고 봉사하며 살아가는 거 같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듯이 넘쳐흐르는 이 정적을 고요히 흔들며 나에게로 온다."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요히 조용한 바람과 같이 가을은 왔다가 또 지나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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