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 「시가 내게로 왔다」 시집 속 "시, 사랑은, 서시" 세 편을 전해드리니 마음으로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시(詩)
-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 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어.
- 중략 - p52
사랑은
-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 p98
서시
-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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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시인에게 시는 그렇게 찾아오나 보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며 잠깐 스치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바람결에 속삭이기도 하고, 고요한 밤 고요와 함께 불러내기도 한다. 시인은 시의 부름에 빨리 답하지 않으면 시는 그냥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시인은 언제나 시와 통해 있으면서 그가 만나러 올 때 그의 손을 맞잡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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