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의 「귀천」 시집 중 "들국화, 새, 나의 가난은"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편안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들국화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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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나서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의 삶만 생각하면 주어진 것에 행복하기도 하고, 오지도 않은 내일을 당겨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하는게 대부분 사람들의 삶인 거 같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사람이 시인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시인의 시를 통하면 세상의 언어들은 반짝반짝 빛이 나기도 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우리에게 "귀천"이라는 큰 선물을 남기고 간 천상병 시인, 힘들었지만 아름답게 살다간 시인의 삶을 시를 통해서 만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가을엔 시 한편 읽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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