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의 시집 「섬진강」을 소개합니다. 시를 읽으며 아름다운 마을과 강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 : 섬진강
저자 : 김용택
출판사 : 창비
김용택 시인은 전북 임실 출생으로 1982년 창작과비평사의 '21인 신작 시'에 "섬진강 1"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5년 첫 시집 「섬진강」 이후로 「맑은 날」, 「그리운 꽃편지」,「그대 거침없는 사랑」 등 수많은 아름다운 작품을 출간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 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 p8~p9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풀들의
몸 다 누인 이 그리움
당신,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 p52~p53
함께 보면 좋은 글
시를 읽고 나서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에 가보고 싶다. 이토록 강물이 흘러가는 주변의 정경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리산도 담고 무등산도 바라보며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흘러보고 싶다.
"시가 다 뭣이다냐, 고것이 뭐여, 뭔 소용이여" 평생 힘들게 농사짓는 어머님의 물음이 시인의 물음이 되어 우리 땅을 향한 사랑을 시에 담았다고 한다.
시인의 시를 읽으면 우리 땅을 향한 사랑이 가슴 깊이 느껴진다. 매일 발 딛고 또 바라보며 살면서도 그 고마움을 잊고 있는 땅, 강, 바다, 하늘 모든 자연에 감사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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