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의 시집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중 "마음 마을, 만추, 약속"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마음 마을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이라 부른다 내가 구씨요 구천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 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 가지로 지적하려면 만자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 - p92~p93 만추(晩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