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인의 「지금 여기가 맨 앞」 시집 속 "큰 꽃, 촛불, 너는 내 운명" 세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큰 꽃 꽃을 내려놓고 죽을힘 다해 피워놓은 꽃들을 발치에 내려놓고 봄나무들은 짐짓 연초록이다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는 맑은 노래가 있지만 꽃 지고 나면 봄나무들 제 이름까지 내려놓는다 산수유 진단래 철쭉 라일락 산벚- 꽃 내려놓은 나무들은 신록일 따름 푸른 숲일 따름 꽃이 피면 같이 웃어도 꽃이 지면 같이 울지 못한다 꽃이 지면 우리는 너를 잊는 것이다 꽃 떨군 봄나무들이 저마다 다시 꽃이라는 사실을 저마다 더 큰 꽃으로 피어나는 사태를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꽃은 지지 않는다 나무는 꽃을 떨어뜨리고 더 큰 꽃을 피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