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의 시집 「그리운 여우」 중에서 "제비꽃 편지, 나의 희망" 두 편의 시를 전해드립니다. 시를 읽으며 따뜻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시 제비꽃 편지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 p22 나의 희망 학교 관사 옆 공터가 심심하지 않게 거기에다 호박을 심자 했더니 선생님, 우리가 우리를 어떻게 심나요? 깔깔대더니 어느새 호미와 삽..